수포자냐 실력자냐

수포자냐 실력자냐

“오케이~ 선생님이 다 풀어줄게~”

(학창시절 수학이 제일 어려운 과목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어떤 사연이 있다.) 

귀여운 초2 학생, 김모름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화가 났다. 모름이가 짜증난 얼굴로 “선생님 모르겠어요” 라고 한다. 그것은 문장제 문제였다. 선생님은 대답했다. “문제를 3번 천천히 읽어보고 다시 풀어보세요” 모름이는 어떻게든 풀어볼 생각은 안하고 마지못해 대충 읽고 말한다. “선생님 세 번 다 읽었어요” 읽으라 는 지시대로 3번 읽었으니 그만이라는 태도로 당당하게 말한다. 

‘문장제 문제가 어렵다’는 느낌을 이미 경험했던 모름이는 ‘문장제 문제는 어렵지 않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는 한 그 느낌을 평생 갖고 갈 것이다. 이처럼 중·고등학생들이 말하는 ‘활용문제는 어렵다’는 고 정관념이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시작됐다. 

선생님은 모름이의 닫힌 마음을 먼저 열어야 했다. 선생님이 이처럼 선포했다. “오케이~ 선생님이 그 문제 풀어주겠다. 선생님이 풀어 줄테니 무슨 문제인지 모름이가 말해주기만 하면 된다. 알겠지?” 

모름이의 표정과 태도가 금새 바뀐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문제 풀이 부담이 모두 사라진 행복한 표정이다. 선생님은 모름이에게 문제가 뭔지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모름이는 문제를 보고 읽기 시 작한다. 선생님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 하며 다시 천천히 말해달라고 한다. 

모름이는 선생님께 그 문제를 말로 전달하기 위해 문제를 차근차근 보면서 문제를 또박또박 읽어나간다. 

그러자 문제를 단순히 읽는 차원이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무슨 말이 쓰여 있는지 인식하고 설명하기 시 작한다. 그러다가 모름이는 탄성을 지른다. “아! 알겠어요. 선생님, 제가 다시 한 번 해볼래요.” 

선생님은 지혜롭게 접근한다.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먼저 모름이가 그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한 단계 한 단 계 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선생님은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모름아! 그 문제를 안 풀어도 되니까 그냥 그림으로 한 번 그려볼래?” 이처럼 문장제 문제를 그림이나 도표로 나타내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내용을 인식하게 되면 70~80% 해결된 것이다. 

주어진 식을 단순 계산하여 답을 쓰는데 익숙한 아이들은 대부분 스스로 식을 세우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 래서 활용문제라는 말만 듣고도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렇게 되면 모름이의 미래는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 기한 자)가 될 확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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